[ 한국미디어뉴스 이원영 기자 ] 60대 남성 이 모씨는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으로 인한 중증 심부전으로 더 이상 약물이나 시술로는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러 심장이식을 계획하게 되었다. 장기간 치료에도 심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며, 점차 전신 상태가 악화되는 위기를 겪었으나 극적인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30대 초반의 산모 김 모 씨 역시 생사의 갈림길을 넘었다. 어렵게 쌍둥이를 임신한 뒤 점점 심해지는 호흡곤란과 부종을 겪었지만, 초기에는 임신으로 인한 증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며 심장 기능이 정상의 10% 수준으로 떨어진 ‘산후 심근병증’이 확인됐다. 응급 제왕절개 출산 이후, 심정지와 심장 쇼크가 발생해 에크모(ECMO) 등 생명유지 치료를 받았으나 신장·폐 기능까지 무너지는 다장기 부전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심장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인천세종병원으로 전원됐고, 약 2주 만에 심장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수술 이후에도 섬망 등의 고비가 있었으나 점차 회복해 건강을 되찾았고, 출산 두 달 여 만에 쌍둥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겪으면서 다시는 아이들을 안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컸다”며, “지금은 아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같은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심장이식 및 중증 심부전 치료를 통해 새로운 삶을 되찾은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회복을 응원하고 희망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이사장 박진식)이 지난 11일(토) 인천세종병원 지하 1층 비전홀과 서운체육공원에서 ‘다시 뛰는 심장, 다시 찾은 일상 2026년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인천세종병원을 비롯하여 타 의료기관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좌심실 보조장치(LVAD) 삽입 환자, 심부전으로 치료 중인 환자와 가족, 심장이식센터 의료진 및 간호사 등을 포함하여 약 150여 명이 참여했다.
걷기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창석 과장의 강의와 기증자 유가족 대표가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태현 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내는 아픔을 겪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다”며,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장기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전했다.
이후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 2부에서는 참가자들이 서운체육공원으로 이동하며 서로의 치료 경험을 나누고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의료진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회복 이후의 일상을 이야기했고, 가족들 또한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며 정서적 지지를 나눴다.
한 참가자는 “LVAD를 달고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게 느껴졌지만,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이 기다림이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좀 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걷기 구간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단순한 행사를 넘어 다시 걷게 된 지금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심장내과)은 “심장이식은 단순히 수술을 넘어 멈추었던 시간을 다시 움직여 환자와 가족의 삶을 다시 이어주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환자들이 건강하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걷기대회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함께 모여 ‘다시 뛰는 심장’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라며, “장기이식은 매년 많은 환자들을 필요로 하지만 기증자는 여전히 부족해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장이식은 누군가의 기증으로 또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인만큼 병원 차원에서도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