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987년 카투사로 미군 공병대에서 복무 당시 오전근무 시작시 Motor Pool에 모든 미군 병사들이 매일 함께 모여 중장비를 점검하며‘예방점검정비(PMCS : Preventive Maintenance Checks and Services)' 절차를 수행해 산업재해를 예방했던 기억이 근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산업현장에서 동료간 매일의 짧은 안전 대화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실천적 안전경영에 기여하는 것이다. 즉, 안전은 거창한 구호나 일회성 점검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작업 시작 전, 현장에 모여 오늘의 위험을 확인하고 서로의 안전을 살피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이것이“건설안전위원”으로서 필자가 강조하는 바, TBM(Tool Box Meeting)의 중요성과 활용이다.
또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와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아무리 정교하게 구축되어도 그 결과가 현장 근로자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실천되지 않는다면 안전관리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위원으로 활동하면서TBM의 중요성을 안전인성문화 조성활동과 연계해 강조한다. TBM을 통해 작업 직전 작업내용과 안전한 작업방법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제시하면서, 위험성평가 결과를 현장에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TBM의 본질은 현장 구성원 모두 위험을 인식하고, 안전한 작업방법을 함께 결정하며, 이상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공유하는 참여형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이제는 TBM이 건설산업현장에서 형식적인 회의를 넘어 실질적인 안전관리절차로 정착해 자리매김해야 한다. 자고로 산업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문제는 점검과 교육이 형식화된 문제점들이 내재(內在)하고 있다. 작업자는 안전수칙을 알고 있지만, 반복되는 작업과 시간 압박 속에서 위험요인을 간과하거나 보호구 착용과 작업절차를 생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적 요인(Human Factor)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 직전의 구체적인 확인과 상호 소통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TBM은 세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다. 첫째, 오늘 우리가 수행할 작업에서 가장 위험한 요인은 무엇인가? 둘째,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안전조치는 무엇인가? 셋째, 위험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중지하고 보고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작업자들이 직접 답하고 의견을 나눌 때 TBM은 비로소 살아 있는 안전관리 수단이 된다.
현장의 사례로 보는 TBM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상의 건설현장에서 고소작업(高所作業)을 앞두고 TBM을 실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관리감독자가 작업계획과 위험성평가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작업자가 “오늘은 강풍으로 인해 작업발판의 흔들림이 평소보다 클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작업팀은 기상상태와 작업발판의 안전성을 재확인하고, 필요한 안전조치가 확보될 때까지 작업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위 사례의 핵심은 현장 근로자의 관찰과 발언이 위험 통제의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이다. 위험성평가는 사전에 이루어졌더라도 당일 기상과 작업조건이 달라지면 추가적인 위험요인 확인이 필요하다. TBM은 이러한 변화된 위험을 작업 시작 직전에 공유하고 대응하는 최종적인 안전 확인 절차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면, TBM 활성화를 위한 안전경영의 방향으로서는 첫째, 위험성평가와 TBM을 연계해야 한다. 위험성평가에서 도출된 유해·위험요인과 감소대책을 작업 전 회의에서 공유하고, 현장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여 보완해야 한다. 둘째, TBM 리더의 전문성과 소통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관리감독자와 작업팀장은 당일 작업내용과 주요 위험요인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셋째, TBM의 결과를 기록하고 환류(Feedback)해야 한다. 회의에서 제기된 위험요인과 개선의견이 실제로 조치되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작업자에게 다시 알려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TBM 실천 가이드 역시 사전 준비, 실행, 환류 단계로 구성하여 개선사항의 검토와 공유를 강조한다. 넷째, 안전인성(Safety Character)을 바탕으로 자율적 참여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위험을 발견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용기, 동료의 안전을 살피는 책임감, 안전수칙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태도가 TBM을 실질적인 예방활동으로 만든다.
안전은 매일의 실천에서 완성된다. TBM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회의이지만, 그 안에 담긴 안전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오늘의 작업을 정확히 이해하고, 위험요인을 함께 확인하며,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과정은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형성하는 기본이 된다. 중대재해 예방은 특별한 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잠시 멈추어 위험성을 확인하고, 동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안전조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작업을 중단하는 일상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이제 TBM을 위험성평가와 안전인성, 현장 리더십이 결합된 Safety Management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매일의 짧은 안전 대화가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예방문화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휘연 김성제 프로필
○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 전)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 서울시립대 대학원 재난과학박사(Ph. D)
○ 소방청 인천계양소방서 근무, 암 수술 공상자, 병역 명문가
○『교육학개론』,『안전기술과 미래경영』,『ESG 경영전략』공저출판
○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위원, (사)소방안전교육사협회
○ (사)한국ESG학회, 국민안전인성 교육문화 연구회장
○ 시인,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하나로국제문화예술연합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