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미디어뉴스 김서안 기자 ] 하남시가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한류 콘텐츠 복합단지 ‘K-스타월드’ 사업이 1년 넘게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시는 미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협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질적인 투자 확정이나 계약 체결은 전혀 없는 상태다.
2023년 정부로부터 3억 원 규모의 국비(연구용역비)를 확보한 이후, 지금까지 발표된 성과는 ‘미국 기업들과 협의 중’, ‘민간사업자 공모 준비 중’이라는 반복적인 수사뿐이다.
이에 따라 행정력 부재와 계획 미흡으로 인해 국비가 사실상 공중에 흩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남시는 ‘K-스타월드’ 사업을 위해 미사섬 일대 약 80만㎡ 부지에 K-팝 공연장, 영상 스튜디오, 테마파크 등이 포함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민간사업자 공모는 2024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현재 시점(2025년 9월)까지도 공모는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미국 MSG Sphere, AEG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의를 언급했으나, 확정된 계약은 전무하다.
실제 하남시 관계자도 “아직 확정된 투자자는 없다”고 밝히며, 지금껏 나온 발표들이 실질적 성과와는 거리가 있었음을 자인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시한 조건은 ▲규제 해소 ▲사업 속도 보장 ▲수익성 확보 ▲정부 인센티브 등이다.
그러나 현재 하남시는 그린벨트 해제, 패스트트랙 지정 등 기본 행정절차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으로, 외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국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투자를 이끌려면, 도시계획부터 세제·규제완화까지 복합적인 전략이 요구된다”며 “현재 하남시가 제시하는 수준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하남시는 지난 9월 15일부터 3박 4일간 시장과 주요 간부들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도시개발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마리나베이 샌즈’, ‘마리나 원’, ‘스카이빌’ 등 성공적인 복합개발 사례를 살펴보겠다는 취지였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해외 연수로 행정 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K-스타월드와는 개발 방식, 자본 구조, 법제도 환경이 전혀 다른 해외 사례를 단순 적용하려는 시도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남시는 교산 신도시, 캠프콜번, K-스타월드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을 미래 100년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진행 상황은 계획 발표 이후 '전시 행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2년 가까이 흘러가고 있다.
하남시는 경기지역에서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24위로 경제적 기반이 약한 도시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 원 이상의 대규모 복합단지를 추진하면서도, 투자 유치, 인프라 계획, 민간 파트너 발굴 등 기본적인 사업 구조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벤치마킹’에 치중하는 행정력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K-스타월드’는 분명 하남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기획은 화려하지만 실천은 미흡하고, 예산은 집행되었지만 성과는 없는 전형적인 전시행정 사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지역 전문가들은 “지금은 해외 연수보다 구체적 실행계획과 투자자 확보, 사업성 검토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공약 이행을 위해 반복되는 수사보다, 시민들에게 책임지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