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진석 칼럼 ] 민주주의에서 ‘충성스런 반대(Loyal Opposition)’란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체제의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고자 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정의 행위다.
나는 30년간 전력 산업 현장에서 일해 온 기술자로서, 국가 전력망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체감해 왔다.
그렇기에 지금 추진되고 있는 전력망 구축 방식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장거리 송전망 중심의 확장 정책은 단기적 효율성만을 앞세운 접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역 갈등, 사회적 비용 증가, 사업 지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특히 주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고, 이는 결국 국가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전력망 건설 자체를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다.
‘주민 수용성’과 ‘에너지 정의’라는 최소한의 원칙 위에서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국가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우려는 분명하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추진되는 설계와 시공은 잠재적 결함과 위험 요소를 내포하게 된다.
이는 시간이 흐른 뒤 대형 사고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단순한 정책 집행이 아니라, 미래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키우는 일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결코 방해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과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전문가로서의 책무이며, 시스템에 대한 충성의 표현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지금 에너지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이제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의 질서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뒤처지는 순간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중화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요구나 고집이 아니라,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존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한 현실적인 제안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정책 전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목소리가 ‘님비(NIMBY)’나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국가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누구보다 바라는 시민이며, 오랜 시간 이 산업에 헌신해 온 당사자들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반대는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충성스런 반대’다.
국가의 미래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지속 가능한 전력망을 구축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구조적 전환이다.
우리가 내미는 ‘충성스런 반대’의 손길은 갈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제안이다.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책 사업을 진정으로 성공시키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책임 있는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