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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투고 } 고맙습니다, 이디오피아

 

춘천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한참 바쁘게 일하던 어느 여름, 대학 시절 늘 단짝이었던 친구와 춘천역에서 만났다.

 

춘천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와는 달리 경춘선 코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던 내 친구는, 여기 유명한 카페가 있다며 내 손을 이끌었다. 그렇게 우리는 30분을 꼬박 걸어 이디오피아라는 카페에 도착했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묘했다.

 

먼저, 도로명 주소부터가 이디오피아길이었으며, 곳곳마다 에티오피아의 깃발과 에티오피아라 적힌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이디오피아, 에티오피아, 왜 다를까. 춘천과 에티오피아는 대체 무슨 관계일까. 의문이 가득한 채 도착한 카페 옆에는 3개의 돔 형태의 집을 이어붙인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 있었는데, 그 곳은 바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었다. 카페로 곧장 들어서려는 친구와는 달리 나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부끄

 

러워서였을 것이다.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못내 부끄러워서였을 것이다.

 

6.25 전쟁 유엔 참전국인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지상군을 파병한 유일한 나라이다. 1935년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해오자 에티오피아의 황제 셀라시에는 국제 연맹에 군대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제 연맹은 이를 외면했고 결국 에티오피아는 나라를 빼앗겼다.

 

끊임없는 투쟁 끝에 나라를 다시 되찾은 셀라시에 황제가 가장 사무치게 원했던 것은 바로 ‘평화’와 ‘연대’였을 것이다.

 

그 마음이 이윽고 바다 건너 한반도에 닿았고, 용맹한 에티오피아의 정예부대는 치열했던 춘천과 철원 일대의 크고 작은 253번의 전투에서 전승을 거두어 우리의 땅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그 역사의 기념비가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커피나 마시러 왔던 내 친구는 얼떨결에 내게 이끌려 기념관을 한참 둘러보다 이런 말을 했다. “많이 외롭고 또 많이 추웠을 거야.” 그들에는 더욱 매섭고 두려운 설원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곳에서 오로지 이 땅의 평화와 이 땅의 아이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 추위를 견뎠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자 탑이 보였다. 곧게 솟은 탑이 하늘에 이르는 계단처럼 솟아 있었다. 새겨진 전사자들의 이름이 천국에 가 있길 바랐다.

 

그리고 곧이어 방문한 카페에서 이디오피아와 에티오피아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라 부르지만 실제 발음은 이디오피아에 가깝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인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이디오피아.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