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란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로는 규정, 단속, 제한 등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에 의거 국가는 개인과 기업, 단체 등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되 공공복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규제를 통해 얻게되는 공공의 이익과 이 규제로 침해받는 자유와 권리의 내용을 비교・형량해 규제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규제의 크기를 알맞게 정하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규제로 ‘만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한 경우, 해당 업자에게 영업정지를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들 수 있다. 이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규제이지만, 만일 청소년이 성인의 신분증을 소지한 채 본인의 나이를 속이고 술・담배를 구입한 경우는 어떤가? 이 경우는 상대방의 고의와 악의로 인해 선량한 업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로 뉴스에 종종 보도되었다. 개별 상황을 무시한 일률적 규제는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 등에 근거를 둔 이 규제는 지난 3월 개정을 통해 소상공업자가 청소년의 신분증 확인절차를 거쳤을 경우에는 그 청소년이 나이를 속이고 술・담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어도 불리한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유해물질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규제의 합목적성을 달성하되 소상공인의 영업상 자유는 최소한으로만 침해하도록 규제의 내용을 합리화한 것이다.
6・25전쟁에 참전한 분들은 국가보훈부 소관 법률인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의거 참전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참전기간이 명기된 병적증명서 등)를 첨부해 등록신청서를 제출하면 일정 절차를 거친 후 ‘참전유공자’로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참전을 했으나 공적기록이 없는 경우라면 어떨까? 참전 당시의 사진이나 비망록, 일기와 같은 개인이 지닌 자료를 간접입증자료로 하여 신청해볼 수 있고, 그마저도 없다면 함께 참전한 참전용사의 인우보증서, 또는 그의 참전사실을 목격한 목격자 2인 이상의 인우보증서를 근거로 하여 참전유공자 등록신청을 할 수도 있다.
공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경우 국가보훈부 장관이 실시하는 신체검사를 통해 상이의 정도를 일정정도 이상으로 판정받은 사람은 상이 보훈대상자로 등록하여, 상이급수에 따른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상이를 가진 자가 보건복지부 소관 법률인「장애인 복지법」에 따른 장애인으로 등록 가능한 대상인 경우 장애인으로 등록하고 이 법에 따른 복지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법률에서는 상이 보훈대상자는 장애인으로 등록을 하더라도 65세 이상 보훈대상자 중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재가복지서비스’와 중복된다는 이유로‘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신체・가사, 방문간호 등)’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65세 미만인 상이 보훈대상자는 ‘재가복지서비스’를 신청조차 할 수 없는데, 보훈대상자라는 이유로 장애인으로 등록을 하여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월 「장애인 복지법 시행령」개정하여 9월부터는 65세 미만 3~7급 보훈대상자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
2015년까지 상이 보훈대상자는 동일 부위에 대한 장애인 등록조차 할 수 없었으나, 법령이 개정되면서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고 일부 중복 혜택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생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개선과 규제혁신이 이어진 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모든 면에서 변화속도가 빠른 대한민국! 꺠어있는 민주시민의 저력으로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쟁취하고 독재 정권을 넘어 민주국가를 이룩한 우리나라! 이러한 시민들의 의식에 걸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가 되려면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최첨단의 규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 같다. 고전소설의 제목처럼 ‘센스 앤 센스빌리티(이성과 감성)’를 모두 갖추고, 공공의 이익과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끊임없이 비교・형량하여 규제를 신설하고 폐지하고 고쳐나가는 대한민국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인천 보훈지청 보훈과 한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