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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부산을 향하여

 

인천시 서구 경명공원에서는 매년 ‘콜롬비아군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식’이 열립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콜롬비아군이 마지막으로 주둔하였던 곳이 현 서구 가정동 지역이었던 까닭에 경명공원 내에 이를 기념하는‘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가 서있기 때문입니다.

 

콜롬비아는 라틴아메리카 유엔회원국 중 유일한 6・25전쟁 참전국입니다. 콜롬비아는 총 5,100여명의 군대를 파견하여, 현재 강원도 철원지역인 금성지역에서 중공군과 ‘금성전투’를 치러 52명의 중공군을 사살하였습니다. 또한 연천 천덕산 일대 방어진지 중 하나였던 불모고지에서 중공군의 역습을 저지한 ‘불모고지 전투’를 치러 콜롬비아 대대 병력의 20%가 사망하는 피해를 입기도 하였습니다.

 

2023년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인천보훈지청에서 주최한 ‘유엔참전국과 함께 하는 감사와 연대의 음악회’에 주한 콜롬비아 공사가 참석하여 행사에 함께 한 6・25참전 유공자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참전유공자분들은 참혹한 전장에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준 참전국인 콜롬비아에 진심으로 고마워하셨고, 감사인사를 받은 콜롬비아 공사는‘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고, 초청해주어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우정과 연대심으로 맺어진 관계는 7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도 쉽게 부서지지않는 것 같다는 뭉클함을 안겨준 장면이었습니다.

 

올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인천보훈지청에서는 ‘우리의 영웅에게 전하는 감사엽서 우체통’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국가유공자분들에게 학생・시민들이 감사엽서를 적어 마음을 전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2천여명이 참여하였습니다.

 

참석한 학생 중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스페인어과 학생들은 본인들이 배운 스페인어를 활용해 특별한 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바로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콜롬비아 유엔참전용사에게 전하는 감사엽서였는데요. 학생들은 노랑, 파랑, 빨강색으로 이뤄진 콜롬비아의 국기를 인터넷에서 찾아 정성스럽게 그려넣으며 유엔참전국의 일원으로 멀고도 험한 여정을 거쳐 우리나라에 와주고 함께 싸워준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2024년 9월 4일 10시 서구 경명공원에서 앞서 말한 ‘콜롬비아군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주한콜롬비아대사, 인천보훈지청장, 인천시장, 서구청장, 17사단장 등의 주요 인사와 30여명의 6・25참전유공자, 100여명의 서곶초등학교 학생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홍경화 인천보훈지청장은 주한콜롬비아대사에게 미추홀외고 학생들이 정성 들여 스페인어로 작성한 감사엽서를 전달하였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마음을 담아 작성한 메시지는 일정 경로를 거쳐 콜롬비아 참전용사분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엽서를 적은 우리 학생들에게도, 메시지를 받아볼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유엔기념공원에는 유엔참전 11개국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2,300위의 유엔군 용사가 잠들어 있습니다. 2023년 11월에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콜롬비아 참전용사 네 분의 유해가 우리나라로 봉환되어 이 곳 기념공원에 안장되었습니다.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했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셨던 네 분은 당신들이 지킨 이 나라에서 전우들과 함께 영면하실 것입니다.

 

2007년 11월 11일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6・25전쟁 전사자들이 안장되어 있는 부산유엔기념공원을 향해 한국 시간 11월 11일 11시에 맞춰 1분 간 추모묵념을 진행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2008년부터는 규모를 확대해 정부차원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다가,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였습니다. 이 날 국가보훈부는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날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행사는 11시 정각에 사이렌에 맞춰 부산을 향해 1분 간 묵념을 진행하는‘턴투워드 부산(부산을 향하여)’의식입니다. 74년 전 전쟁의 비극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꺼이 와준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이 보여준 우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로 오늘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와 같은 나라의 시민들의 고통에 연대하고 어서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1월 11일 11시 부산을 향해 함께 묵념합시다. 피스!